- 이정석 교수님 인터뷰
- 관리자 |
- 2025-11-12 1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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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구실은 인간의 면역계와 그 질병을 연구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자가면역질환과 만성염증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주류 생명과학, 면역학 연구자들이 마우스를 모델로 삼아 연구를 많이 진행하지만, 저희는 임상의사들과 협력하여 실제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 집단(코호트)으로부터 얻어지는 검체와, 의료 및 생물학적 데이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Q2. 어떻게 해당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해당 분야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자가면역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류마티스내과를 전공한 내과 전문의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적인 과학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과거 질병을 연구할 때 사용하는 마우스 모델은 보통 특정한 유전적 배경을 일정하게 가진 마우스를 사용합니다. 통제된 환경에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 잘 정립되어 있죠. 하지만 마우스와 인간 사이에는 여러 세포와 장기에 걸쳐 큰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또한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은 추가적인 연구의 난관입니다. 그런데 관찰기술의 발달로 드디어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밀한 연구가 가능해졌고, 진정한 의과학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면역학과 자가면역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Q3. 동물 실험이 가지는 한계점을 언급해 주셨는데 관련하여 올해 7월부터 NIH에서 동물 실험을 축소하기 위해 동물 실험만으로 구성된 연구 제안서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접근법 (NAMs) 도입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고려했을 때 저희가 현재 배우고 있는 마우스 실험과 같은 동물 실험에 열심을 쏟는 게 앞으로의 전망에 얼마나 유의미할 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과학의 방법론과 기술은 언제나 우리가 예측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해왔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핵심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 도구를 통해 배우는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대학원 과정은 특정 기술을 평생 사용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주어진 도구를 통해 좋은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실험을 통해 질문에 답하는 연습을 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현재 마우스 모델과 같은 동물실험을 배우고 논문을 쓰는 경험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지속성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기본기와 사고의 구조를 체득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언젠가 바뀌지만, 그런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자의 자질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웃음). 제 연구실에는 ‘받아들이는 마음’과 ‘투쟁심’을 가진 학생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말한 복종심과 투쟁심의 의미를 빌리자면, 복종심은 단순히 따르는 태도가 아니라 배우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뜻합니다. 대학원 과정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상호적인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에, 교수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자신만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이 이상적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투쟁심입니다. 대학원 연구는 시험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일이 아니고, 때로는 긴 실패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이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잃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를 스스로 관리하며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사람—마치 프로 운동선수처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과학자로 성장합니다. 요약하자면, 배움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는 끈기, 이 두 가지를 갖춘 학생을 함께 연구하고 성장할 동료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도 교수로서 연구를 시작하고 나서, 어떤 주제가 ‘좋은 연구 주제’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연구자로서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연구 주제는, 두 가지 특징이 반드시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진보를 이룰 수 있는 주제여야 하고, 둘째는 질병 극복과 연결된 실질적인 난제를 다루는 주제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임상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질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깊은 과학적 사고나 새로운 발견의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순수 과학적 발견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지식의 확장에는 기여하더라도, 질병이라는 현실적 문제 해결과는 멀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네, 우선 저는 카이스트 화학과 00학번 이었습니다. 2004년도에 졸업을 했고요. 그때 당시 처음으로 의대 학사편입학이라는 제도가 처음 시작되던 해였어요. 화학과 다닐 때도 연구를 굉장히 하고싶어서 방학때 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항상 랩 한 곳에 소속되어 있었죠. 특히 좋았던 점은 교수님이 단순히 제가 학부생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주제도 하나 주셨고 저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꽤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사실 그게 천재적인 게 아니라 좀 말이 안 되는 수준의 강한 노동 강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을 통한 것이었죠. 이렇게 만들어낸 데이터를 들고가면 매주 교수님과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이런 호시절을 보내다가 덜컥 의대가서 의대 공부하는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머리가 이미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한 구조로 바뀌었는데, 의대 공부는 직업 훈련이자 기계적인 문제해결이 주 목표여서 참 안 맞았습니다. 즉 근거가 부족해도 훈련된 대로, 과학적 적합성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 면모까지 고려한 복합 학문이 의학인 것 같아요. 그래도 견뎌낸 덕에 2008년 의사 면허를 따고 대략 10년 정도에 걸쳐 전문의도 되고, 다양한 환자를 만나보는 경험을 했지요. 그 과정에서 연구해보면 재밌을 것 같은 것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제대로 의과학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다시 돌아와서 2018년부터 의과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지금까지 7년째 오고 있는 것이죠.
제가 박사과정을 2.5년 만에 마쳤지만, 그게 제 능력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코로나 사태로 바이러스 면역학 연구가 급부상하면서, 세계적인 면역학자이신 신의철 교수님 연구실에서 운 좋게 중요한 주제들을 빠르게 다룰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 2년 동안은 병원에서부터 이어온 연구가 잘 풀리지 않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투고했지만 계속 반려되었고, 연구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깊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의사로서의 사고방식은 있었지만, 과학자로서 문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훈련이 부족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지도교수님의 격려와 지속적인 기회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갔고, 결국 9년 만에 그 논문이 완성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좌절과 끈기가 제게 가장 큰 배움이었고, 연구는 재능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저희 지도 교수님이 재밌는 교육관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것은 바로 맞춤 의료가 아닌 “맞춤 교육”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좀 의욕이 부족한 것 같고 수동적이면 채찍질을 하면서 동기를 부여해주고, 반대로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방방 뜨는 학생들은 차분하게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식으로 트레이닝 시키셨어요. 저는 그 중에 후자에 가까웠죠. 매일 새로운 게 해보고 싶고, 방방 뜨는 편. 그러니까 저희 지도 교수님께서 끊임없이 목표에 집중하게 하고, 그만 하고 싶을 때 끝까지 결승점을 통과하는 훈련을 시켜준 것 같아요. 결국 포기하지 않는 것도 교육의 일부입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래 계획했던 포스트닥 과정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주영석 교수님의 제안이었습니다. 당시 주영석 교수님은 곧 다가올 유전체 연구의 한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어요. 개별 연구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규모의 문제들이 많았고, 이를 실제 의학적 문제 해결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연구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의사로서 연구를 넘어 직접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했고, 저 역시 그 생각에 공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전체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뜻을 모아 함께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언제나 추천합니다. 한국 사회가 다행히 창업에 관대해졌고, 보다 정확하게는 실패에 관대해졌기 때문에 창업을 해보면 배우는 게 많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하게 되는 순간 본인이 책임지는 리더가 되잖아요? 그래서 인간으로서 빠르게 성숙하고 성장하는 데에 굉장한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추천합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정말 부족하고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원래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으면 겪게 되는 당연한 어려움이죠. 게다가 학교 일을 제대로 하고 있나, 회사 일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두 가지를 함께 하느라고 인간의 도리를 다 하지 못하며 살고 있나 이러한 회의감이 간혹 치밀어 올라요. 그런데 어차피, 안 바빠도 완벽하게 사는 사람은 없어요. 그 때 그 때, 오늘 이 인터뷰처럼 재미와 진심을 담아 순간순간 살아간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학하는 날에 졸업할 때까지 달성할 목표를 실제로 써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그 목표가 유치하더라도 좋으니 선언적으로 스스로에게 대학원 생활의 비전을 설정하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5개 써도 좋고 10개를 써도 좋으니 일단 써보세요. 자신이 달성할 목표나 비전을 문장으로 써보면 생각이 굉장히 응축됩니다. 아마 쉽게 써지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써 둔 문장을 가끔 꺼내 보세요. 세상이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자기가 추구하는 바가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이 대학원 시절이 굉장히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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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석 교수님 사진> | <이정석 교수님 인터뷰 현장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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