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창호 교수님 인터뷰
  • 관리자 |
  • 2025-12-15 09:17:33|
  • 831
Q1. 교수님의 주요 연구분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생명과학, 의과학분야 전반에 널리 쓰이는 새로운 시퀀싱이나 이미징 기술 등의 Method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볼까요. 보통 모든 수술 환자들은 수술 환부 조직의 파라핀 블록을 갖게 돼요. 병리과에서는 파라핀 블록의 섹션을 얇게 떠서 H&E staining을 통해 세포 모양을 눈으로 보고 일차적으로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아쉽게도 그 단계에서 분자 정보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아요. 지금의 기술로는 파라핀 블록에서 많은 생명분자 정보를 뽑아내기가 어렵고, 뽑아낸다고 하더라도 퀄리티가 떨어져요. 파라핀 블록 속 샘플은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가진 굉장히 중요한 의료 자산입니다. 하지만 아직 H&E staining 그 이상의 정보를 아직까지도 효과적으로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저는 이런 소중한 환자 샘플에서 높은 퀄리티의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 정보를 얻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AI 항체 디자인 연구도 시작했습니다.

Q2. 어떻게 해당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수많은 의료 자산들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라는 생각으로부터 포닥 때의 경험들을 발판 삼아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포닥 시절에는 공간 전사체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칼텍의 Long Cai교수님 연구실에 갔었어요. 그 때는 공간 전사체 기술이라는 용어도 없었던 초기 단계 기술이었기 때문에 현미경 조립, 레이저 세팅 등 전반적인 셋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어요. 그것으로부터 생물학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너무 뒤의 일이었고요. 두 번째 포닥 때 MIT의 정광훈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했던 건 조직 투명화 기술입니다. 조직을 강화시키는 cross-linking 후 투명화를 진행하면 형광도 살아남고 단백질도 볼 수 있었는데, 이때 결국 생명 분자들이 조직 공간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명화 조직 내 분자에 추가적 분석을 위해 in situ 특정 효소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매우 잘 되지 않으며 왜 힘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계속해서 생물학 연구기법의 신규 Methodology를 개발하는 연구를 해왔고, 그 경험과 그 때의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처음부터 methodology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렇진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학부-박사 모두 화학과 출신이거든요. 박사 때는 특히 물리화학을 전공했어요. 그 때는 기체상 라디칼 이온 화학 반응 매커니즘을 주로 연구를 했었는데, 결국 어떤 연구대상에 대해 가설을 두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것 자체는 어느 과학이나 비슷하여 내용의 본질은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메커니즘 연구와 굉장히 유사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굉장히 전공을 많이 바꾸면서 오긴 했지만 돌고 돌아 방법론적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된 지금 돌아봤을 때, 전통적 화학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온 것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신 분들은 해당 주제에 매우 좋은 통찰력을 가지고 계시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하게 그동안 그 분야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던 시각 속에서 보게 되니 학문 체계에서 비롯한 Dogma적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 분야에서 얻은 비교적 다른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조금 더 독특한 생각을 하고 있어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3. 해당 연구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생명과학 혹은 의과학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방법론적으로 아직 아무도 해결한 적이 없는 것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중요한 문제들 가운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면서 해결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unmet needs가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특별한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굉장히 재밌거든요. 해결할 방향을 잘 찾아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오랫 동안 도전하다가 실제로 해결이 되면 성취감이 엄청 큽니다. 저희 연구실 학생들도 그런 매력에 스며들어서 연구를 같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4.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실 때에 어려운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점은 어떻게 극복해내시나요?
 가장 어려운 점은 그야말로 참고할 것이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은 없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의 것을 어느정도 보고 힌트를 얻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아이디어가 많지 않은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좋은 아이디어로 그치지 않고 그냥 많이 테스트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그냥 다 해봐요. 기존에 나와 있는 것을 최대한 잘 취합해서 공부를 하며 계속 개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합쳐 나가는 거죠. 그래서 디테일이 되게 강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효소를 사용할지, 몇 도에 가열할지, 무슨 속도에서 원심분리를 할지 등 프로토콜 상 무엇이 안 되면 원리를 잘 공부하고 왜 안 되는지 잘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워낙 정해진것 없이 도전해야 하고 정해진 걸 착실히 따라가서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저희 연구의 핵심은 합리적인 생각을 그게 무엇이든 모으는 거고 굉장히 열심히 실험을 해보는 것이에요. 그 길을 겪고 성공했을 때는 굉장히 큰 성취감이 있겠죠.


Q5. 연구 주제를 고르는 교수님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요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데 임상적으로 반드시 의미가 있는 주제를 고릅니다. 전 우리 연구를 문 샷 연구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원래 안된다고 생각하여 도전하지 않거나 아직 아무도 성공한 적 없는 거예요. 더불어 연구 주제의 전체적인 윤곽은 저도 함께 고민해서 결정하지만, 세세한 디테일은 학생들에게 많이 맡기는 편이에요. 조언은 많이 해주지만 어떻게 하는 게 더 좋겠다고 개입하는 건 피하는 편입니다. 중요한 목표는 같이 설정을 하더라도 문제 해결은 자기 주도적으로 하길 바래요.

Q6.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면 좋을까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시스템 연구나 메커니즘 연구의 경우엔, 가설대로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연구가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덜 재미있는 결과일수는 있습니다). 물론 내가 뭘 잘못했나 의심하면서 계속 반복 실험을 해보긴 하겠지만 그렇게 얻은 데이터 자체가 실패라고 할 순 없어요. 가설과 다른 결론이 나왔을 뿐이죠. 하지만 저희처럼 방법론적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지금 연구 중인 방법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자칫 잘못하면 그냥 실패가 되어버려요. 그렇기에 계속 실험을 해야하는데 디테일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길을 스스로 배우며 스스로를 가르치며 (self-learning/self-teaching) 만들면서 가야하니 대부분 익숙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아마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원 생활과 굉장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거든요. 그 무한한 실패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학생이면 좋겠습니다.
 

Q7. 교수님께서 갖고 계신 연구실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는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목표를 향해 혁신적인 도전을 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것, 이른 바 문 샷을 이루는 것, 그리고 그러한 도전을 자율적이면서 자기주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주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현재까지 없었던 새로운 methodology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분석 툴이나 기법, 즉 method를 개발하여 측정 및 분석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주제적인 관점에서의 목표입니다. 한 가지로 요약하자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발전들을 성취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Q8. 교수님께서는 학위 과정을 하면서 어떤 고민들을 하셨나요?
분야가 다르더라도 과학의 본질은 유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대부분의 박사 과정 학생들이 겪는 시련이나 고민들이 이공계 대학원 학위 과정을 하는 사람들과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일단 대학원 과정 간에 불안함이 있었고 대부분의 고민들은 연구에 대한 불안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들은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으로 해결되었던 것 같아요. 이게 너무 평범하고 당연해서 그게 명쾌한 정답이 아닐 것 같은데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만이 그 고민들을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지나서 되돌아볼 때 그 시간들이 모두 그대로 보상 받지는 않았더라도 심하게 배신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똑같이 후회스럽고 고민스러운데 적어도 열심히 했다면 본인이 돌이켜 봤을 때 “그래 내가 열심히 했지”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믿음이 자신의 진로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다음 진로에서 또 실패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반면에 스스로 돌아봤을 때 “그래 내가 좀 게으르긴 했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생각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집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매일 매일 기본적으로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유튜브 조금만 찾아보시면 젠슨황이나 일론머스크 그리고 유재석, 박진영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일 중독자인지 아실수 있어요. 따라서 결국 성공의 비결은 엄청 하기 싫은 것을 매일 너무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학위 과정 중 많이 하는 고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함, 연구에 대한 불확실성, 이러한 것들은 모두 매일 매일 열심히 하며 그러한 시간들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그 고민들의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Q9. 교수님께서 고민하신 다른 진로가 있었나요?
저는 처음 물리화학이 저랑 안 맞다고 생각을 했고 그만 두려고 생각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유행하던 Systems Biology 대학원까지 학위과정중에 새로 지원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사실 훨씬 더 많은 경력이 필요했을텐데 그냥 그걸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만 되지 않는 다는 걸 경험했던 것 같아요. 제가 박사 과정을 수행했던 Caltech의 특이한 점이 입학한 전공이랑 상관없이 지도 교수님과 협의만 잘 된다면 그 연구실에 소속이 되는 자율성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점을 이용해서 좀 더 생물학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 그쪽 분야를 연구하고 계시는 교수님과 협의를 했지만 그때 당시 인기가 많은 생물학 연구실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제가 학부때부터 공부했던 분야의 최고 석학이신 박사 지도교수님 연구실에서 학위를 하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 지도교수님의 지도 스타일이나 연구가 저랑 잘 맞아서 정말 많이 배웠지만 그때 당시에는 하고 싶은 것을 결국 잘 못했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때 당시 의학 전문 대학원이 막 도입될 시기여서 거기도 지원할까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만약 의전이나 치전을 지원했다면 아마 들어갔을 테지만, 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재밌어서 연구를 지속했고 그러다가 첫 번째 논문을 완성하게 되면서 박사학위 연구를 지속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의 연구 주제도 쉽게 달성하지 못하는, 문 샷과 같은 연구 주제를 연구하고 있었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의 성취감과 그 경험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재밌게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10. 교수님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실패 경험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일 기억에 남는 실패는, 사실 첫 번째 포닥시절의 경험입니다. 박사 과정 동안 논문도 많이 썼고, 졸업하고 약 1년 뒤에는 교수 오퍼를 받았을 정도로 흐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오퍼를 수락하진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안 갔지?” 싶을 정도로요. 그렇게 첫 포닥을 시작했는데, 첫 프로젝트가 정말 잘 안 됐습니다. 새로 오신 PI 선생님도 테뉴어를 못 받으시는 등 실험실 상황이 매우 어려웠고, 대표 프로젝트까지 무너지면서 포닥들이 하나 둘 떠났습니다. 저는 실험실에 남았지만 프로젝트는 사라지고, 방향성도 불확실해졌죠. 그때 가장 힘들었던 건, “학부부터 박사까지 수년간 쌓아온 나의 여정이 이대로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감정이었어요. 하나의 목표만 향해 달려왔기에 더욱 허무하게 느껴졌죠. 그러던 와중, MIT에 알고 있었던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며 “저 그냥 취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대전 전셋집 알아보고 있어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조심스럽게 “혹시 세컨드 포닥(second postdoc) 생각 있냐”고 물으셨어요. 고민 끝에 MIT로 면접을 보러 갔고, 결국 두 번째 포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비자 문제로 잠시 한국에 두 달 반 정도 머무르게 되었고, 그때가 만 35세 무직이었던 시기였습니다. 길거리에 나가 보면 제 또래 남자는 아무도 없었고, 그때 제 아내는 임신 중이었어요. “이 나이에, 지금 내가 무직이라니” 하는 감정은 정말 묘했고, 제 자신도 낯설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잠깐 서울대에 들러 연구계획서 정도만 도와드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마음속에는 커다란 실패감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회복의 방식은 늘 같더군요. ‘다시 몰입하는 것.’ MIT로 돌아가서는 정말 아무도 만나지 않고 연구에만 몰입했습니다. 1년 동안 페이스북을 한 번도 로그인하지 않았더라고요. 보스턴에 아는 분이 정말 많았는데, 학부 동기 한 명에게만 알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아직도 Caltech에 있는 줄 알았을 정도였어요. 아이도 태어났는데, 저는 출산 이틀 만에 연구실에 돌아왔습니다. 정말 ‘사생결단’의 마음이었어요.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오버페이스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일부러 오버페이스로 계속 뛴 거죠. 그렇게 1년, 2년을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실패감이 희미해지고, 다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어졌지만, 저는 늘 생각합니다. 이 길을 선택한 모두가 끝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를 이겨내는 방식은 비슷하다—다시 집중하고, 다시 몰입하는 것이다. 그게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실패였고, 그것을 견뎌낸 방식이었습니다.


Q11.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라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도 사실이죠. “내가 졸업하면 뭐가 되어 있을까?”, “포닥 자리는 구할 수 있을까?”, “취업은?”, “결혼은?” 학생들이 흔히 느끼는 고민들입니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무게의 돌덩이가 마음속에 들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집안 사정에 따라 여유가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결국 다들 비슷한 불안을 안고 학위를 시작한 거예요. 그래도 저는 여러분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히 ‘좋아서’, ‘하고 싶어서’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 길을 결국 해내는 방법도 단순합니다. 매일매일을 열심히 사는 것. 하루를 충실하게 채우는 것. 돌아보면 진짜 남는 건 그 하루들이더라고요. 저 역시 반성하게 되는 부분인데, 사실 교수라는 직업은 행정에 시간을 많이 쓰게 돼요. KAIST로 온 뒤에는 그런 행정적 업무나 인터랙션이 더 많아져서 연구에 온전히 몰입하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제 인생에 남는 건 내가 해 온 연구 뿐이었어요. 여러분이 지금 보내고 있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이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입니다. 박사 과정과 포닥 시절은 길게 보면 내 삶 전체의 기초체력을 만드는 시간이에요. 이때 꾸준히, 매일 꾸준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하면, 결국 내 미래를 스스로 좁히는 겁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핑계를 댈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여러분이 자신의 하루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하루를 성실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어떤 분야든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꾸준히 하루를 쌓아 올린 사람들이거든요. 운도 필요하지만, 그 운이 닿기까지는 반드시 입문할 만큼의 실력과 성과를 쌓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더 잘하고 싶다면 결국 제 하루를 충실하게 만드는 것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보내는 하루가 결국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 손창호 교수님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