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인터뷰] 박성열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2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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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5 14: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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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 2월,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졸업한 박성열 박사입니다. 주영석 교수님 랩실 소속으로 Nature 8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기재된 연구성과(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 수행과 관련하여 답변드립니다.
*관련 URL : https://gsmse.kaist.ac.kr/boards/view/board_news/12876

논문 관련 분야의 간단한 소개와 해당 분야의 동향, 전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인간의 배아 발생 과정을 추적한 연구입니다. 한 인간의 DNA 염기서열은 부모로부터 각각 3.2x109의 염기서열을 받아 그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 안에 담겨있는 정보를 파악하는 일이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성능 및 다양한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DNA 염기서열을 확보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과거 1990년대에는 수많은 장비를 동시에 사용해서 한 사람의 DNA 염기서열을 파악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렸으나, 현재는 가정용 냉장고보다 작은 장비 하나를 이틀간 사용하면 60명의 DNA 염기서열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에서 DNA 염기서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인간 유전체에 숨겨진 비밀을 풀고 있습니다. 
한편 한 개의 세포(수정란)가 분열하여 수백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진 수십개의 장기를 형성하는 인간의 배아 발생 과정은 인류가 접한 가장 신비로운 현상 중 하나로,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배아 발생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윤리적, 그리고 기술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신 다른 생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연구 팀은 세포 분열 시 DNA 염기서열이 완벽하게 복제되지 못하고 조금씩 바뀌는 현상인 돌연변이를 이용하여 인간의 배아 발생 과정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첫번째 단계로 기증된 시신에서 수십개의 세포를 채취하여 각 세포의 DNA 염기서열을 얻은 후 그 서열을 서로 비교하여 각 세포에 쌓여있는 돌연변이를 검출하였습니다. 이후 발생 초기에 생긴 돌연변이일수록 더 많은 세포에 전달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돌연변이가 공유되는 정도와 패턴을 통해 초기 배아 발생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를 찾아내었습니다. 두번째 단계로는, 발견한 초기 돌연변이들이 인체 내 여러 장기에 어떤 비율로 존재하는지 조사하였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정보들을 종합하여 초기 인간 배아 세포가 분열하고 이동하면서 신체 각 장기를 구성하는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DNA염기서열을 이용한 연구(유전체 연구)는 크게 수정란 이후에 발생하여 각 세포마다 고유하게 존재하는 ‘체세포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분야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모든 세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생식세포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포에 치명적인 체세포 돌연변이가 누적될 경우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하여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암(cancer)입니다. 과거에는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하여 암의 발생 원인을 찾고 치료 타겟을 찾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암세포 외에도 다양한 세포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나이가 들면서 세포에 체세포 돌연변이가 어떤 패턴으로 얼마나 쌓이며 그것이 세포 혹은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식세포 돌연변이와 관련해서는 유전 질환이 있는 가족의 DNA염기서열을 분석하여 병의 원인을 밝히는 전통적인 연구부터, 수많은 환자의 염기서열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서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비교적 흔한 질환의 발병을 설명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DNA염기서열의 변화가 없어도 세포 주변 환경의 변화와 자극으로 인해 세포 내 단백질 혹은 RNA의 수와 기능이 변하여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어, DNA 염기서열과 함께 다양한 후성유전학적 데이터를 같이 분석하는 멀티오믹스 분석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실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주영석 교수님이 지도교수로 있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암유전체학 연구실(julab.kaist.ac.kr)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체세포 돌연변이와 관련된 다양한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암이 왜 생겼고, 어떤 특성을 가지며, 어떻게 진화하는지, 나아가 암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연구가 진행 중 입니다. 또한 암세포 외 다양한 세포들의 염기서열을 통해 인간 발생 과정을 연구하기도 하고, 오가노이드와 같은 세포 배양 방법을 통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DNA 염기서열에서 의미를 찾아내거나 분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나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연구에 대한 자부심, 보람을 느끼는 점이 있으시다면?

많은 연구들이 그러하듯이 제가 이번에 수행한 연구도 제대로 된 선행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분석 방법을 처음부터 정립해 나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한 사람에서 수십개 이상의 세포를 동시에 비교 분석하면 초기 배아에서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어야 하지만, 함께 발견되는 많은 수의 생식세포 돌연변이 및 위양성 돌연변이로 인해 초기 돌연변이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전략으로 조금씩 다른 돌연변이들을 제거한 후 진짜 초기 배아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를 찾았을 때의 희열은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분석 과정에서 빈번하게 마주치는 문제들은 하나 하나의 데이터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거해야 할 위양성 변이가 수천개 있더라도, 그 중 10개만 무작위로 추출해서 자세하게 살펴보면 위양성 변이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데이터가 아무리 크고 복잡해도 중요한 인사이트는 개개의 데이터를 자세히 보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좁은 범위에서 넓은 범위로 나열하자면, 체세포 돌연변이 < 유전체 < 멀티오믹스 < 바이오인포마틱스(bioinformatics)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이오인포마틱스는 생명체에서 유래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굉장히 다양한 학문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분야입니다. 생명과학, 의학, 생화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활용되는 만큼 전문가의 수가 많지 않은 반면에 그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DNA가 전부 서열화되고 그 서열 정보가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와 결합되어 각종 연구 및 헬스케어 산업에 이용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데이터 분석을 주도할 과학자 및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며 많은 후배분들이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내과 의사 출신의 의과학자로서 KAIST에서 박사 및 박사후연구원을 지내고 현재는 ㈜지놈인사이트의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믹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많은 질병, 특히 암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 하고자 합니다. 암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체세포 돌연변이지만, 그것 만으로는 암의 변화무쌍함과 다양성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후성유전학적 분석,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단백질 정량 및 조직내 세포간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점점 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이러한 세포 수준에서 얻은 데이터들을 임상정보와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여러 개 합쳐봐야 더욱 더 이해하지 못하는 데이터가 되며, 각각의 세부 데이터를 잘 이해하고 중요한 특징을 선별할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엔 통합된 데이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의 계획은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와 분석 방법을 경험하고, 어떻게 하면 여러 종류의 데이터들을 잘 통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를 통해 암을 더 잘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암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가 완성되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신 지도교수 주영석 교수님과 경북의대 해부학 교실 오지원 교수님, 같이 데이터를 만들고 해석한 Nanda Mali 박사님과 김률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밖에 연구를 도와주신 모든 KAIST, 경북의대, KISTI, ㈜지놈인사이트의 연구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