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인터뷰] 고준영 학생,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4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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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5 14: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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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4년차인 고준영입니다. 박수형 교수님 랩실 소속으로 Nature Communications 7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기재된 연구성과(Single-cell transcriptome of bronchoalveolar lavage fluid reveals sequential change of macrophages during SARS-CoV-2 infection in ferrets) 수행과 관련하여 답변드립니다.
*관련 URL: https://gsmse.kaist.ac.kr/boards/view/board_news/12872

논문 관련 분야의 간단한 소개와 해당 분야의 동향, 전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처음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감염되는 폐 조직 내에서 즉각적인 면역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나는데, 이때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대식세포(macrophage)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감염 후 혈류를 통해 폐로 들어온 활성화된 단핵구(monocyte)가 대식세포로 분화되고, 이 분화된 대식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폐 조직 세포들을 제거하여 초기 방어로 대응을 하게 됩니다. 대식세포는 바이러스를 재빨리 잡아먹으려고 공격하는 신체의 신속대응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일부 환자에서는 과활성화된 대식세포가 과량의 염증 싸이토카인을 분비하여 폐손상을 유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증 코로나로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폐조직으로 유입된 단핵구(monocyte)가 어떤 기전에 의해 과잉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대식세포로 분화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동물모델인 페렛을 이용하여,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에 폐 내 면역세포의 변화를 첨단 연구기법인 단일세포 시퀀싱으로 정밀하게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폐 면역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식세포가 10가지 아형으로 분류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들 중에 어떤 대식 세포군이 폐 손상에 기여하는지를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세포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을 중점적으로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단일 세포 시퀀싱은 한 개의 세포에서 수천 개의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생물학의 시야를 다시 한번 비약적으로 넓혀준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일 세포 시퀀싱 기술을 통해 기존의 한 두 가지의 세포 타입, 유전자, 조직에 집중하던 기존 연구 방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대양한 세포의 모든 전사체 정보를 한번에 읽어 들이고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단일 세포 분석법은 한 조직 또는 다양한 조직 내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들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으며, 세포간의 이질성 (heterogenity)에 대한 비교를 통하여 생리학적 이해를 도모할 수 있으며, 정상 체세포와 병적 상황에서의 체세포에 대한 유전자 발현 비교 분석을 통하여 질병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2일 후부터 혈류에서 활성화된 단핵구가 급격하게 폐 조직으로 침윤하며 대식세포로 분화하며 양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이러한 혈류 기원 폐-침윤 대식세포들 중 일부 아형이 염증성 대식세포의 성질을 강하게 나타내며, 바이러스 제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조직손상을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대식세포 분화의 양상은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폐 조직에서 관찰되는 변화와 매우 높은 유사도를 보임을 규명함으로써, 코로나19환자가 중증으로 진행되는 기전 및 병인 면역세포를 제시하였습니다.

현재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제로서 스테로이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또 다양한 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 중에 있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는 과잉 염증반응의 원인이 되는 특정 대식세포군을 제시함으로써 코로나19 환자의 폐 손상을 조절할 수 있는 타깃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향후 중증환자 대상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 초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염증성 대식세포의 스테로이드나 TNF 억제제 등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반응성이 달라지며, 대식세포 아형마다 치료제에 의한 면역억제 효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 19 치료제 후보물질의 염증성 대식세포에 대한 면역억제 효능을 면밀히 조사한다면 보다 정교한 치료 전략을 만드는 데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실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중개면역 및 백신 연구실((Laboratory of Translational Immunology & Vaccinology)에서는 암, 난치성 감염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다양한 면역관련 질병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 암환자의 종양 미세환경 내의 탈진화 세포와 면역 세포들의 특성 및 항종양 면역반응의 기전 연구, (2)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대한 방어면역 특성 규명 및 백신 치료제 개발 연구, (3) 간질환(간암, 만성간염, 알콜성간질환, 간이식)의 병리 및 치료에 관여하는 면역기전 연구 등 다양한 중개면역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저희 연구실의 장점은 병원 대학병원 임상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활발히 수행함으로써 환자의 임상샘플을 이용한 중개면역 연구와 질병동물모델을 이용한 세포 및 분자 수준의 기전 규명 연구 유세포분석 및 첨단 면역학 연구기법을 통하여 함께 수행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간에서 기인한 CD8 T 세포의 특성 연구에 주로 참여하여 왔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로는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사람의 면역 반응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연구 중에 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나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연구에 대한 자부심, 보람을 느끼는 점이 있으시다면?
학계가 발전하면서 점점 깊이가 깊어지고,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함에 따라, 혼자서 연구하기 보다는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 진 것 같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면역학 전문가 및 생물정보학 전문가 그리고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를 수행하였기에 급변하는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의과학을 모토로 하고 있는 저희 의과학대학원 및 중개면역학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는 저희 연구실은 인체와 관련된 연구를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상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임상가들과 기초과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기초과학자들 간의 대화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일상적인 대화를 통하여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연구의 설계와 진행에 대한 토론의 장에서도 더욱 심도 깊은 대화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병원에서 소아과를 전공하였습니다. 전문의 수료 이후 카이스트 의과학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결정하였을 때 의사 친구들은 모두 만류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의학계에서 연구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왜 힘든 길을 돌아가냐는 의견이 중론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의과대학 시절부터 10여년간의 의대 교육과정을 받으면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여러가지 방법과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질병의 발생 및 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풀리지 않는 궁금점이 계속해서 남아있었습니다. 이에 일말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4년이 지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의학에 몸 담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의과학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질문을 만들어가고 직접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임상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임상 현장에 돌아가더라도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 발전의 선봉장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기초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의과학대학원의 진학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앞으로의 연구는 혼자만의 개인기가 아닌, 주변 연구자와의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질 것입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의사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함께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중개 연구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아과와 면역학을 아우르는 연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와 같은 다중, 병렬 방식의 연구 기법이 등장하면서 –omics로 대변되는 다중체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류 속에서 면역세포의 발달 및 분화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연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면역학은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수 많은 종류의 면역세포가 전신의 모든 장기 상호작용을 하면서 다양한 관계성을 가지게 되고, 이 다양한 상호작용 안에서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이 면역학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양날의 검이 되어, 코끼리를 두고 서로 다른 부위를 만지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연구에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이에 다양한 면역 세포의 발달 및 분화과정의 지도를 그려내어 연구의 지표를 마련하고, 다양한 면역결핍 환아들의 유전체 분석 정보를 지도 위에 투사함으로써 임상 현장에 접목시켜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