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인터뷰] 김희훈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2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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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1 11: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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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학대학원 학과 뉴스레터 인터뷰
정원일 교수님 연구실 김희훈


정원일 교수님 연구실 소속으로 2022년 2월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졸업하셨습니다. 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에 2023년 1월에 (Catecholamine induces Kupffer cell apoptosis via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5 in alcohol-associated liver disease)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1. 논문의 간단한 소개와, 해당 분야의 동향 및 전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 지방간염, 섬유화, 간경변, 간암의 스펙트럼을 따라 발달하며, 장(intestine)으로부터 유래된 LPS (lipopolysaccharide)와 같은 내독소에 의한 쿠퍼세포(간 내 상주하는 대식세포)의 염증성 활성화 및 간세포의 알코올 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산화적 스트레스 등 면역-대사 기전 (immuno-metabolic mechanism)이 질환 발달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90% 이상의 환자에게서 지방간이 발달되나, 다음 단계인 지방간염의 경우 발병률이 약 30% 정도로 급감하게 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이유가 ‘알코올성 간질환 발달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하는 밝혀지지 않은 보호기전이 우리 몸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고, 해당 기전 규명을 통해 알코올성 간질환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타겟을 발굴하고자 본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만성 알코올 섭취 시 장 균총(gut microbiome)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의 생성 및 간으로의 유입이 증가되며, 이는 중심정맥(central vein) 주변부의 간세포에서 산화적 스트레스 매개로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5 (GDF15)의 분비를 유도하고, 이는 인접한 쿠퍼세포의 β2-adrenergic receptor (ADRB2) 수용체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카테콜아민에 의한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유도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따라서 카테콜아민-GDF15-ADRB 축이 알코올성 지방간염 발달을 억제하는 보호기전으로 작용함을 동물 모델 및 환자 시료 분석을 통해 규명하였습니다.
오래전부터 간은 다양한 물질을 대사하는 ‘대사 기관 (metabolic organ)’ 혹은 여러 종류의 선천 (innate) 및 적응 (adaptive) 면역세포들이 존재하는 ‘면역학적 기관 (immunological organ)’ 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다양한 실험 기법의 발전을 통해 간에 교감신경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검증되었고, 간이식 시 따로 신경을 접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아 간의 내부 혹은 외부에서 비롯된 다양한 신경학적 물질들에 의해 간의 기능이 조절되는, ‘신경학적 기관 (neurological organ)’ 으로서의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본 연구는 알코올성 간질환 발달 시 카테콜아민이라는 신경학적 물질을 통해 간의 면역 및 대사 기능이 조절되는, ‘신경-면역-대사 축 (neuro-immuno-metabolic axis)’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제안한 것에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해당 연구 분야의 발전에 초석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및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정원일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 주제 중 하나로 수행한 연구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간질환 발달 시 신경-면역-대사 축의 역할’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알코올성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지방간염, 간섬유화, 간암 등 간질환의 모든 스펙트럼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한, 임상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결과들을 환자에서 검증하고 적용하는 중개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수(bone marrow), 지방 조직(adipose tissue), 장(intestine) 등 다양한 장기들과 간(liver)의 ‘장기 간 상호작용(interorgan crosstalk)’에도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최근에 새롭게 제작한 저희 연구실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llr.kaist.ac.kr/index.php).


3.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나, 연구 활동을 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이번 논문이 저의 첫 연구 논문(original article)이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따라서 연구를 마무리하고 처음 제출하였을 때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때로는 부족한 점들을 정확히 꼬집는 리뷰 코멘트들로 논문이 거절될 때마다 실망과 좌절감 역시도 크게 느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마무리된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그 때의 제가 굉장히 교만했던 것 같고, 여러 번 논문을 거절당하면서 저의 교만한 모습들이 조금이나마 깎여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분명히 힘들었던 기간이지만 연구자로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또, 아직까지 독자들에게 친숙한 개념은 아니기에 발표나 논문 제출 시에 어려움이 있지만, ‘신경-면역-대사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4. 해당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조심스럽고 저도 아직 잘 못하는 부분이지만, 결과물에 집중하지 않고 연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계속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 분야는 한 연구의 호흡이 길기 때문에 자칫하면 잘 나오지 않는 실험 결과, 논문 및 수상 실적 등에 얽매이거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울 수 있는데, 그럴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처음 연구를 시작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고 열정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 6월부터 Yale School of Medicine의 Dr. Vishwa Deep Dixit 연구실에 포스닥으로 합류할 예정입니다. 학위과정동안 간질환을 연구하면서 터득한 것들을 좀 더 넓혀서, 모든 질환의 발병률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노화(aging)’의 진행에 중요한 신경-면역-대사 기전을 규명하고, 절대 수명(life span) 뿐만 아니라 건강 수명(health span)을 늘릴 수 있는 타겟들을 동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학위과정동안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정원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배운 것들을 잘 새겨서 훌륭한 독립연구자로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논문에 사용된 실험들에 도움을 주신 박종은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공저자 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오랜 기간 동안 어려울 때는 도움을, 슬플 때는 웃음을 준 간질환연구실 선후배님들과 의과학대학원 동문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직장 동료에서 평생 동료가 된 심영리 박사님과 언제나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가족들, 모든 과정마다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